Great theme song.. Second best animation I've ever seen so far.
The best animation, of course, is Laputa - Castle in the Sky :)
초속 5센티미터 대본. 조심 무지 김 ㅋㅋ
---제1화---
있잖아... 초속 5센티미터래.
응? 뭐가?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 그게 초속 5센티미터래.
아카리는 그런 걸 잘 아네.
근데... 이거 꼭 눈 같지 않니?
그런가?
아카리 같이 가! 아카리!
타카키 내년에도 벚꽃 같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타카키에게... 정말 오랜만이야. 여기도 여름엔 덥지만 도쿄에 비하면 훨씬 지내기 편해.
그래도 생각해 보면 난 도쿄의 무더운 여름도 좋아했어.
녹을 듯 뜨거운 아스팔트도 아지랑이 너머 보이는 고층건물도.
백화점과 지하철의 추울 만큼 세게 튼 에어컨도.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게 초등학교 졸업식 때니까. 벌써 반 년이 지나갔네.
저기, 타카키.. 나.. 안 잊었지?
-학생회실- 타카키에게..
답장 고마워! 정말 기뻤어. 이제 완연한 가을이네 여긴 단풍이 정말 예뻐.
그저께는 올해 처음으로 스웨터를 꺼냈어.
타카키?
선배.
뭐야? 연애편지?
아니에요.
전부 맡겨서 미안해.
아뇨 금방 끝났어요.
고마워 근데 전학 간다며?
네, 학년 마치고요.
어디로 가?
아버지 사정 때문에 가고시마로요.
그렇구나 섭섭하네.
요샌 아침 일찍 특별활동 가기 때문에 이 편지는 전철에서 쓰는 거야.
얼마 전에 머리를 잘랐어. 귀가 보일 정도로 짧게 잘라서 날 만나면 못 알아볼지도 몰라.
나 왔다
다녀오셨어요.
타카키도 분명 조금씩 변해가겠지?
날씨가 계속 쌀쌀한데 어떻게 지내? 여긴 벌써 몇 번이나 눈이 내렸어.
난 그때마다 엄청 껴입고 학교에 가. 도쿄엔 아직 눈 안 왔지?
이사 오고 나서도 습관적으로 도쿄의 일기예보까지 보게 돼.
비 좀 안 오려나?
실내라도 힘들어
도치기라는 데 가본 적 있어?
뭐? 어디?
도치기
없어
어떻게 가면 될까?
글쎄... 고속철 타야겠지?
멀구나...
1학년!
네!
마지막 3바퀴!
하나! 둘!
이번엔 타카키가 전학 간다기에 놀랐어.
열차 시간표 우리 둘다 전부터 전학은 자주 다녔지만.
그래도 가고시마라니...이번에는 좀 멀다...막상 만나려 할 때 전철로 갈 수 없는 거리라는 건...
역시...조금은...어쩐지 쓸쓸해... 아무쪼록 건강하게 잘 지내길 빌게
타카키에게..
3월 4일 만나기로 한 거 너무 기다려져. 이렇게 만나는 게 벌써 1년만이구나
왠지 긴장이 되는 걸... 우리집 근처에 큰 벚나무가 있는데. 봄이 되면 거기에도 분명...
벚꽃이 초속 5센티미터로 떨어져 내리겠지.
너와 만나는 날, 봄도 같이 와주면 좋겠다
-어디 들렀다 갈래? -응, 비도 오고 말야
일기 예보에서 저녁부터 눈으로 변한대
어쩐지 춥다 했어 벌써 3월인데...
-3월 4일 가는길-
감기 걸리겠네
시모기타에 내려서 따뜻한 것 좀 마시고 가자
-아카리와 7시 만남- 그럴까?
타카키. 부활동 가자.
나 오늘은 부활동 못 할 것 같아.
이사 준비 때문에?
그래... 미안
-신주쿠 오오미야 오야마 이와후네-
이 쪽으로 와주는 건 정말 고맙지만... 머니까 부디 조심해서 와
약속한 저녁 7시에 대합실에서 기다릴게.
아카리와 만나기로 한 날 오후부터 눈이 내렸다.
타카키 여기 좀 봐. 고양이 쵸비야!
이 녀석 맨날 여기 있네.
그치만 오늘은 혼자인가 봐. 미미는 어디 갔어? 혼자라서 외롭겠다
그 책 어때?
재밌더라, 어제 하루 밤에 40억 년 분은 읽었어.
어디쯤?
아노말로카리스가 나오는 부분.
-캄브리아기! -캄브리아기!
난 할루시게니아가 좋더라 이렇게 생긴 애.
뭐, 닮은 것도 같네.
타카키는 어떤 게 좋아?
오파비니아.
눈이 5개 있는 애지?
나와 아카리는 정신적으로 어딘가 많이 닮은 것 같다.
내가 도쿄로 전학오고 1년 후에 아카리가 같은 반으로 전학 왔다.
아직 몸집도 작고 병약했던 우리는... 운동장보다는 도서관이 좋았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그 때문에 반 애들에게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신기하게도 같이 있으면 그런 건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다.
우리는 틀림없이 같은 중학교를 다니며 앞으로도 계속 함께일 거라고...
왠지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했다
신주쿠, 신주쿠 종점입니다 내리시는 승객분들은... JR선, 게이오 선 열차를 타실 분은...
신주쿠 역에 혼자서 온 것은 처음이고, 앞으로 타고 갈 노선도 전부 처음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난 이제 아카리를 만난다.
지난 번 걔, 어땠어?
누구?
니시 상고 애.
취향도 별나다 얘.
잠시 후, 무사시우라와 무사시우라와에 도착합니다
무사시우라와 역에서 쾌속열차를 먼저 보내는 관계로 이 열차는 4분간 정차하겠습니다
요노혼마치, 오오미야까지 가시는 승객 분들은...
아카리라고 하는데요.
타카키 있나요?
아카리란다.
뭐? 전학?
니시 중학교는 어쩌고? 힘들게 합격했는데...
도치기에 있는 공립학교에 보내겠대.
미안해...
아니, 아카리가 사과할 일은 아니잖아.
가쓰시카에 있는 이모 댁에서 다니겠다고 해봤는데 아직 어려서 안 된대.
알았어. 이제 됐어. 그만...
미안...
귀가 아플만큼 바짝 대고 있던 수화기 너머 아카리가 상처 받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환승 터미널 역은 집에 가는 사람들로 붐볐고 모두들 신발이 눈에 젖어 축축했으며
공기는 눈 오는 날 도시 특유의 냄새로 가득 차 차가웠다.
승객 여러분들께 알려드립니다 우쓰노미야선, 오야마 우쓰노미야 방면 열차는
현재 눈으로 인해 도착이 8분 정도 지연되고 있습니다. 바쁘신 중에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 때까지 나는 열차가 늦어질 수도 있다는 건 생각도 못했었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다.
현재 이 열차는 눈으로 인해 10분 정도 지연 운행중입니다.
열차가 늦어지게 된 점 사과드립니다.
오오미야 역을 지나 조금 더 가니 창밖에 건물이 별로 보이지 않게 됐다.
다음 역은 구키, 구키. 도착이 지연된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도부 이세사키 선으로 갈아타실 분은 5번 출구를 이용바랍니다.
후속 열차가 늦어지는 관계로 이 열차는 당역에서 10분 정도 정차하겠습니다.
바쁘신데 불편을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만 잠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노기, 노기. 승객 여러분께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후속 열차의 지연으로 인해
이 열차는 당역에서 잠시 정차하겠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역과 역 사이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멀었고
열차는 역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오래 정차했다.
-오야마- -이와후네-
이제껏 처음 보는 창 밖의 눈 덮인 벌판도
서서히 흘러가는 시간도 고통스러운 배고픔도나 를 점점 불안하게 했다
약속 시간이 지나서 지금 쯤 아카리는 분명 불안해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아카리에게 그 날... 전화했던 그 날.. 나보다도 훨씬 불안했을 아카리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 건내지 못했던 내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러웠다.
이제 오늘로... 작별이구나
아카리에게서 첫 편지가 온 것은 그로부터 반년 뒤 중1 여름이었다.
아카리에게서 온 편지는 내용을 전부 외웠다.
만나기로 한 오늘까지 2주에 걸쳐서 난 아카리에게 건네줄 편지를 썼다.
아카리에게 전해야 할 말과 들어주길 바라는 것이 정말로... 많이 있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잠시 후 열차가 출발하겠습니다
오야마, 오야마 역입니다. 도호쿠 신간선을 이용하실 승객은 환승해 주시기 바랍니다
-도호쿠 신간선-
하행 모리오카 방면으로 갈아타실 분은 1번선.
상행 도쿄 방면으로 갈아타실 승객은 5번선으로 이용 바랍니다.
승객분들께 알려드립니다. 현재 료모 선은 눈으로 인해 많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들께 많은 불편을 드리고 있습니다. 열차 도착까지 잠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어쨌거나 아카리가 기다리는 역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8번선 아시카가, 마에바시 방면 다카사키 행 상행선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위험하오니 하얀 선 안쪽으로...승객 여러분들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현재 폭설로 인한 열차운행의 차질로 인해 잠시 정차하겠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현재로선 복구 전망이 불투명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현재 폭설로 인한 열차운행의 차질로 인해 잠시 정차하겠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현재로선 복구 전망이 불투명합니다.
타카키 잘 지내니?
아침 일찍 특별활동 가기 때문에 이 편지는 전철에서 쓰는 거야.
편지에서 상상하게 되는 아카리는 어째선지 항상 외톨이였다.
열차는 그 후로 결국 2시간이나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 서 있었다.
단 1분이 엄청나게 길게 느껴지고 시간은 분명한 악의를 품은 채 천천히 나를 지나쳐 갔다.
나는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울지 않도록...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아카리... 부디 이제는... 집으로... 돌아갔다면 좋을 텐데...
-이와후네-
3번선 아시카가, 마에바시 방면 다카사키 행 열차가 도착했습니다. 이 열차는 폭설로 인해 잠시 정차합니다.
아카리...
맛있어.
그래? 평범한 호지차인데
호지차? 처음 마셔봤어.
그럴 리가 분명히 마셔봤을 거야.
그럴까?
그럴 거야.
그리고 이거... 내가 만든 거라 맛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으면 먹어봐.
고마워. 배고팠었어 엄청...
어때?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에 제일 맛있어
그건 오버다 얘.
정말이야.
배가 고파서 그런 걸 거야.
그런가?
그래.
나도 먹어봐야지.
이사 얼마 안 남았지?
응, 다음 주에.
가고시마라...
멀지.
응 ...
도치기도 멀었지만 말야. 오늘 돌아가지도 못하게 됐으니..
이젠 열차도 없고 하니 슬슬 닫겠습니다.
네.
눈이 많이 쏟아지니 조심해요.
-네 -네
저 나무 보여?
편지에 쓴 그 나무?
응, 벚나무.
타카키.
이거 꼭 눈 같지 않니?
그렇네.
그 순간 영원이나 마음, 영혼 그런 것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았다.
13년간 살아온 모든 것을 함께 나눠 가졌다고 느꼈고 그리고... 다음 순간 참을 수 없을만큼 슬퍼졌다.
아카리의 그 따스함을 그 영혼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어디로 가져가면 좋을지 그걸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함께 있을 수는 없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우리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커다란 인생이 그지없이 긴 시간이 피할 길도 없이 가로놓여 있었다.
그러나 날 사로잡았던 불안감은 점점 사그라져 갔고 그 후에는...아카리의 부드러운 입술만이 남아있었다.
그날 밤 우리는 밭 옆에 있었던 작은 헛간에서 지냈다. 낡은 이불을 덮고 오래도록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샌가 잠들었다.
아침에 다시 운행을 시작한 열차를 타고 나는 아카리와 헤어졌다.
저기... 타카키 타카키는... 분명 앞으로도 잘 해나갈 거야.
고마워.
아카리도 잘 지내.
편지 쓸게! 전화도!.
아카리에게 쓴 편지를 잃어버렸다는 걸 난 아카리에게 말하지 않았다.
-타카키에게- 그 키스를 한 후로...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한 느낌이 들어서이다.
아카리를 지킬 힘을 간절히 가지고 싶었다. 그런 생각만을 하면서 나는 계속해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제2화---
카나에 방과후에도 갈 거야?
응, 언니는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공부도 제대로 해야지
응.
좋았어!
안녕.
안녕, 타카키 오늘 아침도 빨리 왔네.
카나에도 바다에 갔다 온거지?
응.
열심이구나.
그렇지도 않아.
나중에 봐 타카키.
그래.
잘 들어 이제 진로를 정해야지. 월요일까지 제출해라. 가족과 잘 얘기해보고 적어와
-진로희망조사-
사사키는 도쿄에 있는 대학에 갈 건가봐.
대단해, 난 구마모토 쪽 전문대나 갈까?
카나에는?
취직한댔나?
너 정말 아무 생각 없구나.
타카키 생각 뿐이네.
걔 분명히 도쿄에 여자친구가 있을 거야.
그럴 리가!
아직 잘 안되니?
응 왜 그런..건지
너무 고민 하지마 금방 다시 탈 수 있을 거야.
언니는 속 편해서 좋겠다.
뭘 그리 조급해 하니?
이러다가는 졸업 때까지 말 못하잖아.
고마워, 언니.
데려다 줄게.
아냐, 스쿠터로 갈래.
카나에 집에 이제 가?
응, 타카키도?
응
같이 갈까?
만약 나에게 강아지처럼 꼬리가 있었다면... 분명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마구 흔들었을 것 같다
난 강아지가 아닌 게 다행이라고 안심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타카키와 함께 집에 가는 건 행복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타카키는 다른 남자애들과는 어딘지 조금 달랐다.
토노 타카키 입니다 부모님 사정으로 전학은 자주 다녔지만 이 섬은 아직 잘 모릅니다. 잘 부탁합니다.
전학 온 그 날부터 좋아하게 되고 타카키와 같은 고등학교에 가고 싶어서 죽어라 공부해서 겨우 합격했다.
그래도 아직... 타카키를 볼 때마다 더욱 좋아져서 그것이 두렵고 하루하루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만날 때마다 행복해서 나 스스로도 어쩔 수가 없었다.
타카키는 또 그거야?
이게 맛있거든.
카나에는 항상 굉장히 신중하네.
응.
먼저 가 있을게.
그래.
이거 주세요.
90엔이야.
여기요.
항상 고맙구나.
어서 와 뭐 샀어?
응, 뭐 살까 하다가...
타카키는 때때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우주에서 지구를 지켜보다 그게 나한테 보내는 문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한다
카브, 다녀왔어. 카브, 카브 언니가 왔어
3학년 1반 스미다 카나에 이토 선생님께서 부르십니다 학생지도실로 오세요.
타카키 네 여자친구잖아.
그런 거 아냐.
-진로희망조사-
안 낸 학생은 너 하나다.
죄송합니다.
저기 말이지... 이렇게 말하긴 그렇지만 그렇게 고민할 일도 아니야.
언니는 뭐래?
별 얘기는...
정 못 정하겠으면 이 지역 전문대는 어떠니?
하지만...
언니가 무슨 상관이야
그치만... 언니를 졸라서 시작한 서핑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그 사람에 대해서도
나는 아직도 아무런...
항상 고맙구나.
아뇨... 다음에 또 올게요.
타카키가 있는 곳에 오면.
가슴 속 깊은 곳이 조금 아려온다.
타카키!
카나에, 어쩐 일이야? 여긴 어떻게 알았어?
타카키의 스쿠터가 있길래.
앉아도 돼?
그랬구나 잘 왔어. 오늘은 보관소에서 못 봐서 궁금했어.
나도 그래.
타카키의 다정함에 가끔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타카키는 대학 갈 거야?
응, 도쿄에 있는 대학에 넣어 볼 거야.
도쿄... 그렇구나. 그럴 거라 생각했어.
그건 왜?
어쩐지 멀리 가고 싶어하는 것 같았거든.
카나에는?
난 당장 내일 일도 모르겠는 걸.
아마 누구나 그럴 거야.
말도 안돼! 타카키도 그래?
물론이지.
고민같은 거 전혀 안 할 것 같아 보여.
그럴리가 늘 헤매기만 하는 걸. 할 수 있는 걸 그럭저럭 할 뿐이야. 나도 힘들어.
그래.
그렇구나...
비행기야?
응.
-교통규제 안내-
-우주개발사업단-
엄청나다.
시속 5킬로미터래. 미나미타네 발사장까지...
올해는 오랜만에 발사하네.
응, 태양계 끝까지 간대. 몇 년이나 걸려서...
네가 카나에 진로 좀 의논해 주렴. 애가 맹해서리.
걱정 마세요 알아서 하겠죠. 나도 옛날에는 저랬었지
카브, 타카키도 잘 모르겠대. 타카키도 나랑 마찬가지야
그것은 정말... 상상을 뛰어 넘을 만큼 고독한 여행일 것이다
캄캄한 어둠 속을 그저 나아갈 뿐 수소원자 하나도 만나기 힘든 여행
그저 깊은 곳에 존재할 거라 믿는 세상의 비밀에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우리는 그렇게 어디까지 가는 걸까?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수신처 : 미입력 제목 : 오늘 아침의 꿈
다른 별 초원을 이번에도 그 소녀와 걷는다.
여전히 얼굴은 보이지 않고 공기는 어딘지 그리운...
보존 하시겠습니까? [네] 아니오. 보존 하시겠습니까? 네 [아니오].
받을 사람도 없는 문자를 보내는 버릇이 생긴 건 언제부터일까.
카나에 너 진로 정했어?
아니 아직 모르겠어. 하지만 괜찮아 결심했거든! 하나씩 할 수 있는 것부터 할래. 갔다 올게!
그 날 이후로 몇 번의 태풍이 지나가고 그때마다 섬은 조금씩 시원해졌다.
사탕수수를 흔드는 바람이 살짝 냉기를 머금고 하늘이 아주 조금 높아지고
구름의 윤곽이 부드러워지고 스쿠터를 타는 친구들이 얇은 점퍼를 걸치게 되었다.
내가 반년 만에 파도 위에 설 수 있었던 건 아직 여름이 희미하게 남아있던 그런 10월의 중순이었다.
오늘 저녁부터 날씨가 개이고 최대 풍속은 8m로...
사사키 걔 야마다한테 고백 받았대.
대단하네.
카나에 왠지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네?
타카키랑 무슨 일 있었어?
설마!
나도 오늘은 꼭 타카키에게 고백할 거야.
파도타기에 성공한 오늘 말을 못하면 앞으로도 분명히 계속 말을 못할 거야.
카나에.
타...
타카키...
이제 가는 거야?
응.
그래.
그럼, 같이 가자.
어? 카나에 오늘은 벌써 정한 거야?
응.
왜 그래?
그러지 마...
응?
아니야.
미안 아무것도 아니야.
스쿠터가 이상하니?
응 이상하네...
안돼?
플러그 수명이 다 된게 아닐까.
이거 물려 받은 거야?
응, 언니한테.
달리면서 덜컹거리지 않았어?
그런 것도 같아.
오늘은 여기 두고 나중에 가족에게 옮겨 달라고 해. 오늘은 걸어가자.
나 혼자 걸어 갈게 타카키는 먼저 가.
여기에선 별로 안 머니까 그리고 조금... 걷고 싶어.
타카키...
제발!
왜 그래?
미안... 아무것도 아냐. 미안해.
카나에...
제발... 더 이상 나한테...그렇게 잘 해주지 마.
힘차게 먹구름 낀 하늘로 손을 뻗어 저렇게 큰 것을 쏘아 올려서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먼 곳에 있는 그 무언가를 찾는다.
타카키가 다른 사람과 다르게 보이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동시에... 타카키는 나를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래서 그 날... 난 타카키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타카키는 내게 잘해주지만 너무나 잘해주지만
하지만... 타카키는 언제나 내가 있는 곳보다 훨씬 멀리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타카키에게 바라는 것은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그래도 나는... 타카키를 분명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 날도 여전히 좋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타카키만을 생각하면서 울면서... 나는 잠이 들었다.
---제3화---
지금 뒤돌아보면 저 사람도 틀림없이 돌아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쥬오, 소부 도쿄행 마지막 열차가 들어옵니다.
설날까지 있다 가지 그러니.
그러고 싶지만 준비할 게 많으니까요.
그래... 그 사람한테도 맛있는거 만들어주렴.
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거라, 아카리.
아무 일 없을 거예요.
다음달엔 결혼식 때 만날 테니 그렇게 걱정 마세요.
추우니 어서 들어가세요.
어젯밤 옛날 꿈을 꾸었다. 나와 그 사람 모두 아직 어린아이였다
분명히 어제 발견한 편지 때문일 것이다 -타카키에게-
안녕하세요, 타카키 씨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죠?
많이 망설였지만 전할 말이 있어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전송을 완료했습니다.
미즈노 씨.
네.
회의 준비됐어?
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고 슬픔이 여기저기에 쌓여 간다.
햇볕에 말린 시트에도 세면장의 칫솔에도 핸드폰의 통화기록에도.
지금도 당신을 좋아해요.
3년간 사귄 그녀는 그렇게 문자를 보내왔다.
'우린 천 번도 넘게 문자를 주고 받았지만' '아마 마음은 1센티 밖에 가까워지지 못했어요' 라고.
요 몇 년간 어쨌든 간에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서 손에 닿지 않는 것을 붙잡고 싶어서
그게 구체적으로 무언지도 모르면서 거의 강박적이라고 보일 그 마음이
어디서 솟아나는지도 모른 채로 난 계속 일만을 했고 문득 깨닫고보니
날마다 탄력을 잃어가는 마음이 그저 괴로울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이전에 그렇게나 진지하고 절실했던 마음이
깨끗하게 사라진 것을 깨닫고 한계란 걸 알게 되었을 때 회사를 그만두었다.
어젯밤에 꿈을 꾸었다. 아주 옛날 꿈을 그 꿈 속에서 우리는 아직 13살이었고
그곳은 온통 눈으로 뒤덮인 넓은 벌판으로 인가의 불빛은 저 멀리서 아스라히 보일 뿐
쌓여가는 눈에는 우리가 걸어온 발자국 밖에 없었다
-국산 우주탐사위성 엘리쉬 드디어 태양계 밖으로-
그렇게... 언젠가 다시 함께 벚꽃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나도..
그 사람도 아무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믿었었다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언제나 찾고 있어 어딘가 있을 네 모습을
건너편 플랫폼 뒷골목 창문
이런 곳에 있을리 없건만
만약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지금 바로 네 곁으로
하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어
모든 걸 다 걸고 힘껏 끌어안으리
외로움을 달랠 뿐이라면 누구든 상관없을 텐데
별들이 쏟아질 듯한 이 밤 나 자신을 속일 순 없어
One more time 계절이여 이대로 있어줘
One more time 함께했던 그 시간이여
언제나 찾고 있어 어딘가 있을 네 모습을
길을 건널 때도 꿈 속에서도
이런 곳에 있을 리 없건만
만약 기적이 일어난다면 지금 바로 네게 보여주고 싶어
새로운 아침 달라질 내 모습
말하지 못했던 고백의 말도
내 주위를 맴도는 그 여름의 추억
간 데 없이 사라진 설레임
언제나 찾고 있어 어딘가 있을 네 모습을
날 밝아오는 거리 사쿠라기쵸에서
이런 곳에 올리 없건만
만약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지금 바로 네 곁으로
하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어
모든 걸 다 걸고 힘껏 끌어안으리
언제나 찾고 있어 어딘가 있을 너의 흔적
여행지의 가게 신문 한구석
이런 곳에 있을 리 없건만
만약 기적이 일어난다면 지금 바로 네게 보여주고 싶어
새로운 아침 달라질 내 모습
말하지 못했던 고백의 말도
언제나 찾고 있어 어딘가 있을 너의 미소
기차를 기다리는 건널목 주변
이런 곳에 있을 리 없건만
다시 태어난다면 몇 번이건 네 곁으로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너 말고는 그 무엇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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