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7일 목요일

지긋지긋한 편두통과 드디어 이별! (feat. 편두통 치료)


글이 길어 요약:


칼슘 & 마그네슘 많이 먹자.


이제부터 본 글:

내 편두통의 역사는 매우 길고 험하다.

난 어릴때 기억이 거의 없는 편인데,

걔 중 또렷이 나는 기억 하나가 바로 편두통이다.

기억나는 첫번째 편두통은 초등학교 때 였고, 그 이후로도

적게는 1년에 한두번, 많게는 한달에 한두번 편두통을 겪었다.

제대로 편두통을 겪어본 사람만 아는 그 고통..

참고로 일반 두통도 한쪽편 머리가 아플 수 있는데, 그건 편두통이 아니다..

한쪽 머리 조금 아픈 일반 두통 환자들에게 부탁한다. 

제발 편두통 환자들에게 "머리 아픈게 별거라고" 하면서 알지도 못하면서 비웃지 말자.

감히 비교조차 못하는 고통이다.

난 일반 두통오면 웃으면서 밥먹고 술먹고 일하고 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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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난 전조증상이 있다.

편두통의 사작은 맹점이다.

(내 맹점은 유리가 깨지는 것 같은 맹점이라, 이 그림과는 좀 다르지만 걍 눈에 이런게 생긴다.. 정도로 참고하자)

눈 앞에 작은 맹점 (안보인다는 말..)이 생기고,

약 2~30분에 걸쳐 점점 그 영역이 커져 나중에는

마치 깨진 유리창으로 세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눈이 안보이는 영역이 최대치를 치면, 다시 2~30분에 걸쳐 맹점이 사라진다.

사라진다고 좋을 것 같지? 천만에..

이제 진정한 지옥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래서 이 맹점의 시간은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이 시간이 끝나면 끝이 없는 고통이 밀려올 것을 이미 아니까..


2. 머리가 깨지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깨진다.

온 몸 혈관 하나 하나의 맥박까지 머리의 고통으로 전해진다.

즉 외부 자극에 엄청나게 예민해진다.

소리? 작은 벌레 기어가는 소리에도 머리가 쿵쿵댄다.

빛? 조금의 빛마저도 두통의 세기를 증가시킨다.

말 그대로 세상 온갖 자극들이 머리 속으로 들어와 뇌를 쇠망치로 쿵쿵 치는 느낌이 난다.

도저히 서있을 수가 없다.

아무리 살짝 살짝 걸어도,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발 뒤꿈치로 전달되는 아주 작은 진동이 뇌를 세탁기에 넣은 것 처럼 마구 흔들어댄다.

버틸 수가 없다.

무조건 누워야 한다.

그런데.. 누워있는다고 편할까?

절대.


3.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한다.


머리가 아프면서 정신도 몽롱해지는 상황에 플러스 알파다.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한다.

메슥거리기만 할까? 

누워있다 화장실로 뛰어가기만 수 차례다.

그냥 토할 것 같은 느낌으로 가는게 아니다.

진짜로 토한다. 먹은 걸 다 게워낸다. 위액까지 게워낼 만큼, 더 이상 나올게 없을 때 까지 게워낸다.

덕분에 탈수증상까지 온다. 물을 마시라고? 편한소리.

물 마시면 마시자마자 바로 또 토한다.

계속 누워있을 수도, 쉴 수도, 먹을 수도 없는 고통.

이 고통이 짧게는 12시간, 길게는 48시간까지 간다.

아마 편두통 겪은 적이 없는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이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4. 오한이 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 더 이상 토할 것도 없고,  머리가 아주 살짝 가라앉으면 이젠 오한이 온다.

 마치 몸살감기에 걸린 것처럼 온 몸이 으슬으슬해지고 저릿저릿 땡긴다.

손저림은 기본이다. 온몸이 두드려맞은 듯 아프다.

이미 몸은 비몽사몽 만신창이 상태다.


5. 언어능력을 상실한다.

이 현상은 편두통 초기정도부터 발생해서 편두통이 거의 사라지는 상황까지도 지속이 된다.

평소에 잘 쓰던 일상단어조차 잘 생각이 안난다.

"손톱깎기"가 생각이 안나서  "손ㅌ..", "손톱..기", "손토..낍" 등을 연발한다. 

농담으로 든 예가 아니다. 내가 실제로 저렇게 말했고, 항상 이래왔다.


6. 편두통이 드디어 가신다.

완전히 편두통이 가시고 나면, 토해내고 먹지못한 허한 속을 채우는게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물도 마시고 죽도 먹고.

이미 황폐해진 몸이지만 어떻게든 추스려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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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내 편두통 증상이다. 치료해보려고 여러 노력을 해봤다.

CT는 기본, MRI 촬영에 심지어 2000년 즈음에는 의사처방을 받아 임상실험약도 먹었다. 

그래도 별 소용이 없었다.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엑세드린 마이그래인을 먹었고, 그나마 이 약이 좀 맞는지, 맹점이 나타날 때 먹으면 오바이트는 하지 않았다.

그 외에 약들은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이렇게 평생을 살았다. 편두통은 나에게서 절대 떨어지지 않을 병 같았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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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외국 생활을 10년 정도 했다. 

처음에는 미국, 그리고 독일, 마지막에 대만. 그리고 다시 한국.

그런데, 아주 희한하게도 대만에 있을 때 (한국/미국/독일에 있을 때보다) 편두통의 빈도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러다 10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오니, 빈도수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해서 편두통 유발인자를 찾기 위해, 대만에 거주할때 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기온, 습도, 식습관, 운동, 주거환경 등등).

결과적으로, 대만에서는 식사메뉴에 거의 항상 "야채"가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였다.

야채, 특히 녹황색 야채. 즉, 마그네슘.

마그네슘 부족과 편두통이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는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편두통을 인생동반자로 생각하고 있던 나로서는 비교적 최근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

해서 바로 마그네슘 영양제를 구매했다. 

칼슘과 같이 먹으면 좋다고 해서 마그네슘 + 칼슘 영양제로.



그 결과는?

작년 9월에 영양제를 먹기 시작한 이 후, 올해 3월까지 약 6개월동안 편두통이 없었다!!!

아직 1년은 채우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최대 기록이다.

조금 더 기다려봐야겠지만, 영양제 하나로 해결되는 일이었다니

허탈하기도 하고 또 엄청 기쁘기도 하다.

제발 두번 다시 보지 말자 편두통아~~!!



주1 : 개인적인 경험이니 영양제 따라사지 마세요. 책임 안 집니다~ ㅎㅎ

주 2: 한국으로 와서 어느 정도는 밥도 더 잘 챙겨먹고 운동도 더 열심히 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편두통은 계속 생겼었다. 결국 요인은 야채, 마그네슘이었던 것 같다.

UPDATE 1:  작년 9월 이후 마그네슘을 먹기 시작한 후 약 10개월 (근 1년) 만에 편두통이 왔다!
원인이 무엇인가 나름 잘 생각해보니, 아래의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것 같다.

- 근 몇주? 몇달?간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마그네슘을 띄엄띄엄 먹었다. 며칠 건너뛰기도 하고..
- 요새 스트레스로 인해 심신이 조금 지쳐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기존 편두통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맹점은 매우 강력하게 나타나서 눈의 절반이상이 안보였지만,
의외로 편두통 증상 (두통, 구토, 오한, 언어능력상실)은 매우 약하게 나타났다.

물론 맹점 순간에 약을 먹긴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기존 편두통 증상에 비해 매우 미비한 증상이었다.

고로, 결론은, 앞으로는 마그네슘 꼬박꼬박 챙겨먹어야겠다!!

참고로 한국들어온 뒤로는, 엑세드린을 구하기 힘들어서 애드빌 리퀴겔 (Advil Liqui-Gels) 을 먹고 있다. 근 1년간 안먹었더니 이번 편두통 때 유통기한 지난 놈을 먹어서.. 새로 사놓긴 해야겠다.



요롷게 생긴 놈이다.